20 이리저리

 하나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다.


아침에 일어나선 일을 하러가고,

일이 끝나고는 배가 고프기 시작하려하는 걸 느끼면서,

왕십리역으로 걸어간다.


거기서 똑같이 그 계단을 내려가고, 오른쪽으로 꺾고 직진해서 가다가,

왼쪽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그 왼쪽 계단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환승하고,

지하철에선 드로잉 패드를 꺼내거나, 독일어 노트를 잠깐 꺼내 본다.


시청역에 닿을 때 쯤 고민이 생긴다.

너무 배고파서 공부가 안될 것 같을 때 좀 힘들다.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집에서 할까.

아니면,

어차피 절대로 집에서는 공부가 된 적이 없으니까,

그래도, 이겨내야된다.

편할 때 계획대로 하는 건 누가 못해?

힘들 때 계획대로 하는 게, 사실 계획의 진짜 시험이고, 그걸 위해 계획이 있는거야.


선택의 경향은 대부분 충동적이다.

너무 피곤하고 배고프면 집으로 간다.

근데 조금 욕심이 생기고, 그래도 그래도 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돌면, 시청역에서 내려서,

402를 타고 남산도서관으로 간다.


가고 나면 느낌이 좋긴 하다.

와 새로운 세상이다.

일터가 조금 어둡고, 분위기가 특이해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배는 고프긴 한데,, 별 신경을 안 쓰면 사라진다. 나중에 크게 세게 배고픔이 오기도 한다.


그러고 6시까지 하고 집에 온다.

집에 오면서는 6시 50분에 도착하고 싶어 한다.

대방역에 내리면 32분이 될 때가 있고, 40분이 넘을 때가 있다.

그러면 고민한다.

"아 신림선을 타고, 병무청역까지 가는게 빠를까? 아니면 그냥 빨리걷는게 더 빠를까?"

이건 아직까지도 모른다.

그래도 신림선이 빠를 것 같아도,

신림선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아주 좁은데,

그 에스컬레이터는 좁아서 오른쪽에 가만히 서는 사람이 있고,

왼쪽에는 움직이는 사람이 있고, 이런 식으로 원활하지 않다.


동네 특성상 할머니들이 조금 계시고,

할머니나, 우리 엄마 나이 아줌마나, 그냥 애들이 거기에 딱 서면,

에스컬레이터 줄은 엄청나게 길어진다.

그거 기다리기 싫어서,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거기로 뛰어간다.


시청역에서 애초에 탈 때,

플랫폼에 들어서자마자 지하철이 와서, 빠른환승하는 지하철칸으로 이동못했을 때,

그 때는 내가 "그 신림선 가는 에스컬레이터"까지 가는 거리가 멀어져서,

이미 사람이 많아져 버렸을 때는,

그냥 대방역에서 나와서 걸어 온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밥을 엄청 많이 먹는다.

그리고 티비에 있는 유튜브로 "청원이"를 본다.

재밌다. 엄청 빠져들진 않지만, 그냥 재미 있다.


그리고 블로그를 한시간 쓰려고 하면서 매일, 한시간에 조금 오바된다.

이 오버되는 시간을 재려고 했는데 아직 못 쟀다.

내일은 재야지.


그리고나서는 드로잉을 한다.

심쌤이 무언가 강하게 밀어보려고 하실 때 나는 좀 힘들다.

그 때는 드로잉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잘 안되기도 한다.


난 이게 엄청 힘들었다.

근데 요즘은 심 쌤의 말을, 같이 고민해보는 편이다.


예를 들자면,


옛날에는 이런식으로 진심으로 맞받아치려고하다가 매우 힘들었는데,









요즘은 이런식으로 같은 곳에 서서 무언가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개웃기네.






그래도 잘 안되는 건 잘 안되는 거다.
라디오 헤드의, Zigsaw falling into place의 뮤비를 보면서,
멋진 멤버들의, 진짜 몰입하는 표정을 보면 더 잘 된다. 어제 그랬다.

표정에 집중하면, 나도 그렇게 된다.

드러머들은 폭주할 때가 있다고 한다.
자기가 움직이는 만큼 더 거기에 빠져들게 되서,
연주 중에 폭주하고 마구 흔들고 열광하게 되어버린 드러머들이 있다고 한다.

나는 1시간동안 쉬지않고 드로잉 하려 할 때,
6H로 아주 종이를 갈겨버릴 때, 이걸 느꼈었는데, 진짜 좋았다.






암튼..
뇌가 마구마구 바뀌고,
어떤 하나를 계속 파고들기가 잘 안된다.

난 이런 상태가 미웠고, 가끔은 밉기도 한데,
"자퇴해버린 나."
"힘들긴 한데 그렇다고 안 해버리면, 진짜 안되는 나"
"퇴사해버리면 큰일나버리는 나"
"드로잉 대충 하면 무언가가 놓쳐버리게 되는 나"

이렇게 배수진을 치니까,
돈이 없어 보니까,
독일 가서도 돈을 벌어야 하게 되니까,
그림이 좋지 않으면 학교에 떨어지게 되니까,
그림을 가라칠 수 없으니까,
돈을 쉽게 벌 수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아무리 정신이 산만해지고, 뭔가에 집중을 못하게 되는 것 같아도,
삶의 현장으로, 정말 해야되는, 정말 눈을 그래도 뜨긴 떠야 하는,
그런 결정의 순간, 지금 내가 한 거에 뭐가 달린 순간으로
계속해서 내가 옮겨와진다.




넓은 의미의 배고픔.
배고픔이 나를 삶의 현장으로 계속 이끈다.
이리저리인 와중에도, 뭔가가 잡히는 것 같다.
옛날이면 포기했을 블로그도 계속 내가 잡고 노력하는 거.
포기하려다가 독일어도 그래도 조금 더 보는거.
(드로잉은 삘이 중요한 것 같긴 함. 의지는..흠..아직..)

배고픔이 나를 삶의 현장으로 다시 데려올 때,
"나"는 "살아있음"을 정말 "느낄 수"있다.

나의 건조했던 정신, 말, 가슴 전부, 
내가 계속 말했듯이,
[부활은 그것이 해체된 방식으로는 재조립되지 않는다]
이 말대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정신이 살아나는 것 같다.

그래서 그걸 느끼며, 담배를 피고, 계단을 따라 
우리집 6층으로 올라올 때 말한다.
진짜로 실소하면서 즐거워하면서 말하는데,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 감사해요.




















훈훈한 마무리와 별개로,
오늘 독일어 챕터를 못 끝냈다.
이정도면 그만이야..!!! 그만! 이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끝냈는데,
이따구로 해서는 진짜 큰일 난다... 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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